
배달 노동자나 골프장 캐디, 학습지 선생님 같은 ‘1인 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절반으로 줄어들지 관심이다. 이들은 사실상 근로자와 다름없는 경제활동을 하지만, 그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는 일반 직장인 보다 많이 냈다. 상당수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사업장 가입자로의 전환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1인 비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 제고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계약 없이 일하는 ‘1인 비임금근로자’가 2022년 기준 847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특고종사자 중 37.5%(62만2236명)만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48.3%는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직종별로 국민연금 징수율은 △보험모집인 44.9% △퀵서비스 기사 48.9% △대리운전 48.9% △신용카드모집인 52.6% △방문점검원 53.2% △골프장캐디 57.8% △택배기사 58.4% 등에 불과했다. 개인 사정으로 보험료 납부를 중지한 납부예외자도 8.1%에 달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계약 없이 일하는 노무제공자들이 국민연금 가입을 꺼리거나 납부를 중단하는 이유가 있다. 보험료 부담이 직장인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노무제공자들은 대부분 사용자에 업무가 종속된 근로자성을 띠지만, 자영업자 형식으로 계약한다. 쉽게 말해 직장인과 유사하게 일하지만, 고용 계약은 독립 사업자로서 맺는다는 뜻이다. 이에 현행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사회보험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는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 전부를 본인이 납부해야 해 부담이 크다.
노무제공자들은 매달 소득이 불규칙한 탓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노무제공자 근로 실태와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 적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 소득의 71.9%, 대리운전 기사 소득의 78.2%가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이어서 매달 고정적인 연금 보험료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문제는 노무제공자의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최소 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수급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도 크다.
노무제공자들은 ‘사업장 가입’을 통한 사회보험 편입을 원하는 상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배달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등 주요 노무제공 직종 12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심층 실태조사 결과 배달 노동자 85.1%, 대리운전 기사 85.5% 등이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진은 노무 제공자를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로 포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노무 제공자’ 개념을 국민연금법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무제공 계약을 맺은 사업주를 국민연금법상 ‘사용자’로 보고, 이들에게 보험료 절반의 납부 의무를 부과하자는 제안이다.
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연금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소득이 발생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게 해 소득이 없는 달에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치권에서도 노무제공자들의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배달 노동자 등 노무 제공자에 대한 직장 가입자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고 등 노동자들은 법률상 사업주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특고종사자도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대해 특례적용을 하고 있다”면서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만 사업장 특례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특고종사자의 보험료 50%를 내야 하는 영세사업장의 부담이 클 수 있어 정부가 일정 기간 지원하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