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비리” vs “가짜뉴스”…與당권주자 신경전 팽팽

국민의힘 3차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
黃 “누가 봐도 권력형 토건 비리”
金 “근거 없는 비방, 의혹”

기사승인 2023-02-21 18:19:51

국민의힘 허은아·정미경·민영삼·태영호·김병민·조수진·김재원·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 김기현!” “충북은 안철수!”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맥센터는 지지후보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은 ‘내부총질 전당대회’라는 오명을 의식한 듯, 네거티브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여론조사상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 후보에 대한 견제 전선은 여전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황교안 당대표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KTX 부지 투기 의혹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황 후보는 “권력형 토건비리가 심각하다. 아무리 변명해도 국민 정서상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을 보라. 이대로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고 일갈했다.

안철수·천하람 후보도 싸잡아 평가절하했다. 황 후보는 “저는 계속 (안 후보가) 뻐꾸기 후보라고 말씀드리는데 만드는 당마다 다 망가졌다”고 했고, 천 후보에 대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우리가 같이 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도 ‘공천 시스템’을 고리삼아 김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영남에 내리꽂는 낙하산 공천으로 중원의 민심이 돌아서서 우리는 소수당으로 전락했다”며 “저는 이기는 공천 시스템, 사천을 막는 방법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빚이 없기에 가장 공정하게 공천 시스템을 짤 수 있다. 안철수와 김기현 중 내리꽂는 공천을 막을 사람,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혼자 설 수 없어서 많이 기대온, 빚이 많은 후보는 공정할 수 없다”고 거듭 김 후보를 정조준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21일 대전시 동구 대전대학교맥센터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후보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다. 그는 “아름다운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가짜뉴스,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으로 혼탁해지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 가짜뉴스로 철저한 탄압을 받던 사람이 저 김기현 아닌가. 지금 다른 후보들이 내세우는 그 가짜뉴스는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늘 써먹었던 바로 그것”이라며 “재탕, 삼탕 반복하고 있는데, 제가 문재인 정권의 처절한 탄압 속에서 죽지 않고 오뚜기처럼 살아있는 이유는 청렴결백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승부수도 던졌다. 김 후보는 “만약 그 가짜뉴스가 가짜가 아니라고 한다면 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국민 앞에 말했다”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료들로부터 민주당 프레임으로 공격을 받으니 참으로 어이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대·탕평·포용의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렇게 (저를 공격)하면 좋아할 것은 민주당밖에 없다”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고 더 멀리 가기 위해서 화합상생의 정치를 펼쳐가겠다”고 다짐했다.

천하람 후보는 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네거티브를 삼갔다. 대신 노동개혁과 노동자 보호 등 정책 이슈를 언급하며 ‘젊은 개혁가’ 이미지를 어필했다.

천 후보는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은 반대해야 하겠지만, 불법파업을 하지 않고도 노동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더 힘써야 한다”며 “천하람이 이끄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제1노조와 제2노조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한 제3노조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일하는 분들께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우리 국민의힘은 앞으로 거대 노총의 이기주의와 횡포에 맞서는 동시에, 대한민국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대전대학교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앞서 오후 1시 무렵부터 맥센터 앞은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시 예정된 합동연설회보다 일찍 도착한 지지자들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며 거리 응원에 나섰다. 지지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사물놀이패를 동원하는 등 경쟁적인 응원전에 나섰다.

붉은 옷으로 무장한 김기현 후보 지지자들은 맥센터 로비 안팎에서 ‘이기는 김기현, 뚝심의 김기현’ 문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열띤 응원을 벌였다. 입을 맞춰 “김기현 미래희망”, “어차피 김기현” 등을 외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도 ‘충북은 안철수’, ‘당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당연한 당대표’ 등의 슬로건이 새겨진 피켓·현수막을 들고 “당대표 안철수”를 연호했다.

김기현,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거리 응원전과는 다르게 황교안, 천하람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눈에 띄게 적었다. 맥센터로 가는 길목 일부에만 지지자들이 포진한 상태였다.

합동 연설회가 임박하자 현장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맥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와 행사장 내부는 붉은색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대전=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