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인 세대 갈등이 최근 금융정책을 두고 확산하고 있다. 청년 지원 취지의 금융정책이 나올 때마다 40·50세대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거센 상황. 금융정책이 세대 갈등 봉합을 위해 좀 더 세심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연령제한을 검토하면서 40·50세대가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았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시각이다.
금융위는 이에 50년 만기 주담대의 연령 제한을 검토했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도입 취지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데 있고, 상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장년층에게 대출을 내주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연령 제한에 대해 “공감하며 보고 있다”면서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본 뒤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러한 입장은 40·50세대의 집단 반발을 불러왔다. 무주택자인 40·50세대를 중심으로 역차별 주장과 함께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실제 통계청(2021년 기준)에 따르면 만 40~64세 중장년층 884만4000명 가운데 내집을 가진 이들은 43.8%에 불과하다. 나머지 56.2%는 무주택자이다. 반발이 커지자 금융위는 결국 연령제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금융정책을 두고 나오는 세대 갈등은 비단 이번 사태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청년도약계좌 역시 세대 갈등 양상을 보였다. 청년층은 지원을 환영했지만 40·50세대는 상대적 허탈감을 토로하며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청년특례 신속채무조정’도 빚내서 투자한 청년층의 실패를 정부가 책임져 준다는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금융위는 사회적으로 지원해야 할 여러 대상이 있지만 청년층의 경우 자산 가격 상승과 고용 불안정 심화 등을 이유로 지원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 청년도약계좌, 청년특례채무조정 등 논란을 불러온 금융정책들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당국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투표로 결정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라며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 정책도 있지만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사회 불만이 고조되는 만큼 갈등 봉합을 위한 세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지원이 필요성이 있지만 다른 세대 지원이나 경제적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세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정책이 균형감 있게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제언했다. 그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예로 들어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가 중장년층의 주택 마련 실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년 지원이 중장년층의 실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