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부도덕한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요양병원은 간병협회에 간병인 교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환자 학대, 폭행 등 간병인들의 불미스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를 막을 방안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제시했다.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요양병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 간병을 건강보험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적 간병이다 보니 간병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간병인이 요양병원 소속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요양병원이 이들을 교육하거나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달리 요양병원의 간병시스템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간병 인력을 공급하는 간병협회와 개별 계약을 맺은 뒤 개인 간병 또는 공동 간병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간병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요양병원은 간병인에 대한 교육을 시행해 일탈행위 근절이 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생각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비 급여화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2027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간병인의 환자 학대·폭행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달 22일 인천의 A요양병원 간병인들이 19세 뇌질환 환자를 학대하고, 80대 치매 환자 입에 박스 테이프를 붙인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해당 요양병원은 간병인의 학대 행위를 보고받았음에도 환자와 간병인을 분리하지도, 보호자에게 알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간병인이 소속된 간병협회에 간병인 교체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에는 B요양병원 간병인이 입원 환자의 항문에 수차례 기저귀 위생패드를 집어넣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간병인의 노인 환자 학대는 증가 추세다. 복지부의 ‘2022년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2017년 27건에 불과했던 요양병원 내 노인 학대는 지난해 86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A요양병원 사건이 알려진 뒤 지난달 25일에도 요양병원협회는 “인권에 기반한 간병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가 요양병원 간병을 책임지는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간병 급여화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학대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양병원협회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 간병비 급여화를 안 해주면 계속 구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간병인의 경험과 자격 그리고 간병교육 수준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환자 관리방법이나 간병인 근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학대의 원인을 찾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요양병원에서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정부가 모든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