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박사’ 최석영 “국내 ‘식민지 박물관’ 그대로 이어져”

‘박물관 박사’ 최석영 “국내 ‘식민지 박물관’ 그대로 이어져”

기사승인 2009-01-15 17:10:01
[쿠키 문화] 외국의 박물관들을 보면 자연사, 인류사, 민속사, 과학사 등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박물관들은 여전히 고고(考古)와 미술에 국한된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 박물관사를 연구해온 최석영(47·사진) 박사는 그 이유를 식민지 경험에서 찾는다.

“우리나라의 박물관 역사는 일제에 의해 시작됐어요. 일제는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데 박물관을 적극 활용했죠. 식민지 박물관으로 출발한 한국 박물관의 특성은 해방 후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박물관 이미지가 유물과 미술품 중심으로 구축된 거죠.”

한국 박물관 역사는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그러나 한국 박물관사 연구자는 최 박사가 거의 유일하다. 국내 대학 중 박물관 관련 학과를 둔 곳도 없다. 최 박사는 외롭게 자료더미를 뒤지면서 한국 박물관사를 하나하나 써내고 있다.

최 박사는 일본 국립히로시마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9년부터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국 박물관사에 대한 논문은 한 편도 없었다”며 “외국에서 학자들이 와서 이것 저것 묻는데, 내가 일하는 박물관에 대해서조차 설명하기가 궁색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1972년 개관된 민속박물관의 설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이가 없었다. 민속박물관 직원들조차 김수근씨라고 추측하는 정도였다. 최 박사는 당시 자료를 뒤져서 최초 설계자가 강봉진씨라는 걸 밝혀냈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강씨 설계안은 김수근씨에 의해 일부 변경됐다.

최 박사는 2006년부터 민속박물관을 그만 두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근대한국의 박람회, 박물관’(서경문화사), ‘한국박물관 100년 역사 진단과 대안’(민속원) 등을 펴냈다. 올해 열리는 ‘박물관 100주년 국제학술대회’ 조직과 ‘한국박물관사 100년’ 발간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일 하다 박물관사 연구자가 된 ‘박물관 박사’는 박물관을 뭐라고 정의할까? 최 박사는 “박물관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학교”라는 말도 했다.

그는 “서양의 박물관들은 이미 전시기관을 넘어 교육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박물관이 품고 있는 교육적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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