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가자전쟁이 휴전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집트의 중재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이스라엘은 16일 미국 워싱턴으로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을 보내는 등 휴전 합의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국경검문소를 개방하면 1년간의 휴전 연장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휴전 중재차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유전 협정에 매우 가까이 있다"고 언급, 협정이 며칠내에 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앞서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곧 안보내각 회의가 열릴 것이며 그곳에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한 외교관은 "최종 합의를 위해서는 새로운 회의가 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막판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협상 쟁점은 외국군 주둔 문제=이집트가 본격적인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즉각적인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다. 즉각적인 휴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공격행위를 그만두고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 쪽으로 로켓탄을 발사하지 않으면 단기적이나마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이 성사되기까지는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세부적인 이행 방안을 둘러싼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중 최대쟁점은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지대의 보안대책이다.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 땅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온 이스라엘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 주둔에 미국이 참여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슬람권 국가인 터키 감시단이 주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지대의 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마스는 물론 중재국인 이집트도 이에 반대, 휴전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막바지 공세 강화=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시티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와 병원 등을 무차별 공격한 데 이어 16일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 정부 서열 3위인 사이드 시암 내무장관이 사망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110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희생됐다.
이날 이스라엘 탱크부대가 가자시티의 주거구역 한복판으로 진격해 하마스 무장요원과의 격렬한 교전이 시작되자 알-쿼즈병원에는 수십 가구의 주민들이 피난처를 찾아 모여들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소아과 병동으로 피신한 호세인(40)은 "오늘 전투로 바로 옆집이 완전히 파괴돼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떠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흐느꼈다.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의 앰뷸런스 책임자이자 의사인 바샤르 무라드는 "현재 병원 반경 500m 안에 시체가 3구나 되고 반경 1㎞ 안에 여러
부상자들이 쓰러져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앰뷸런스 한 대라도 이스라엘군의 허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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