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치솟는 사교육비…서민가계 휘청

[사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치솟는 사교육비…서민가계 휘청

기사승인 2009-01-20 17:07:02

[쿠키 사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날로 치솟기만 하는 사교육비 부담에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유치원과 국공립대학원 납입금은 30% 가까이 올랐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 비중은 1985년 1.5%에 그쳤으나 2007년 7.2%까지 급증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10명 중 9명꼴(88.8%)로 사교육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받은 이후 자녀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사교육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조사(한국교육개발원)도 있었다. 가히 온 국민이 사교육 중독 증세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일부 소규모 학원들은 문을 닫았지만 대형 학원들은 재수생 수가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직도 사교육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치솟는 사교육비, 서민가계에 부담=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학원비 등 서민 물가를 잡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폭증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학원비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5%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의 배를 넘었다. 지난해 교육물가 지수는 3년 전인 2005년에 비해 1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의료서비스와 식료품이 각각 8.9%, 7.6%인 것을 감안하면 두배나 높은 것이다. 지난해 3·4분기 보충교육비(학원 및 개인교습비 등)에 대한 지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1%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사교육 시장의 규모도 팽창일로다. 한국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전국 입시학원수는 2만9000여개로 2000년(1만1000여개)에 비해 2.5배 이상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입시·보습학원은 3만4257개로 5년 전에 비해 67.3% 늘어났다.

일부 대형 교육 업체는 거대 기업으로 변신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메가스터디는 경제불황이던 2007년에도 영업이익이 583억7200만원으로 전년대비 80.5% 늘었다. 특히 매출액은 1633억6200만원, 순이익은 462억23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61.3%, 74.6%나 증가했다.

통계청은 2007년 처음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시장 규모를 20조400억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22만2000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그러나 연구기관에 따라서는 50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음성적인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불법과외 등 사교육비의 지하경제를 약 14조7000억원으로, 전체 사교육비 규모를 48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교육비 비중을 2.8%(2004년도 기준)로 조사해 회원국 중 부끄러운 1위에 올려놓았다.

올해도 사교육비 늘어날까=사교육비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적은 일시적으로 IMF 시기에 딱 한번 있었다. 올해도 그때 못지 않은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점에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하지만 이미 거대 규모로 불어난 사교육시장이 정부정책과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끊임없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사교육비 증가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나대투증권 강희영 연구원은 “특목고 및 자율형 사립고가 확대될 경우 중상위권 학생들도 사교육에 참여하게 돼 고등 입시 시장의 참여자 수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유정현 연구원도 “정부가 추진 중인 학교 다양화와 경쟁 유도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은 올해와 내년에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사교육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대신증권 정봉일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2010년까지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사교육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경제가 불황이기 때문에 교육시장 자체가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효과 없어도 못 끊어=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부실한 공교육으로 인한 선행학습과 학교수업 보충을 위해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을 받은 후 성적이 오르지 않더라도 계속 사교육을 받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2만2546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을 받은 후 성적이 오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응답자의 68.2%가 ‘좀 더 시간을 두고 보겠다’고 응답했다. ‘다른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겠다’는 응답도 19.9%나 돼 ‘사교육을 그만두겠다’는 응답(10.9%)보다 훨씬 많았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만성 고질 수준이 돼버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전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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