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가올수록 우울해요”명절 달갑지 않은 근로자들

“설 다가올수록 우울해요”명절 달갑지 않은 근로자들

기사승인 2009-01-21 23:56:00
[쿠키 사회] “설이 다가올수록 괴롭습니다. 은행계좌는 물론 지갑 속에도 돈은 없고 먼지만 쌓여 고향에 갈 생각은 오래전에 접었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코 앞에 뒀지만 전국 각지의 공단과 공사 현장 근로자들은 밀린 임금에다 급여마저 대폭 줄어 가장 힘든 겨울을 맞고 있다.

부실업체로 도마 위에 오른 경남 지역 모 기업의 하청업체 근로자 박모(43)씨는 3개월분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해 요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마산의 모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박씨는 21일 “10여개 하청업체 소속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최소 2∼3개월 이상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설날 고향행을 포기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료직원 김모(50)씨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이곳에서 일했지만 11월 말에 10월분 임금의 60%를 받은 이후 노동의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 월세, 전기료, 수도료, 밥값 등을 신용카드에서 대출받아 지불했다”고 하소연 했다.

광주지역의 근로자들도 명절이 달갑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광주권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잔업·특근을 전면 중단하면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 10∼40%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선물 꾸러미를 안고 귀향하던 이 회사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고향을 찾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직 김모(45)씨는 “두달째 월급이 75%나 줄면서 아이들의 학원을 대부분 끊었다”며 “보고싶은 가족들과 재회하는 건 기쁘지만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대표적 기업단지인 하남산업단지내 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 삼성전자, 금호타이어 등 광주지역 대기업들이 감산과 장기휴무에 들어가면서 이 곳에 입주한 100여개의 달하는 협력업체들도 아예 문을 닫거나 부분가동에 돌입해 귀향을 포기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K사 대표는 “3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월급을 다음달로 미뤘다”며 “직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귀향을 포기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창원시 웅남동 자동차 부품회사인 협성정밀 배한구(58) 대표이사는 “1979년 오일쇼크, 89년 노사분규, 97년 IMF 등 10년 주기로 닥친 어려움을 극복해 왔지만 최근 상황이 최악”이라며 “30년 넘게 회사를 꾸려오는 동안 한 식구처럼 지내다가 2주일 전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낸 직원 10여명이 이번 설을 어떻게 쇨까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눈물을 삼켰다.

종합=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이영재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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