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고집하는데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불신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뒤늦게 1%대로 성장 전망치를 내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여러 해외 투자은행(IB)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내려 잡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성장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한국만 예외될 수 없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앞다퉈 수정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하향조정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이 하향조정의 근거다. 더욱이 내수가 빈약한데다 높은 예대율과 가계 부채 부담 등으로 금융권의 부실가능성도 높아 성장률 급락을 피해갈 수 없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2.5%로 낮췄다. JP모건은 제조업의 재고조정이 이제 시작단계인 데다 서비스업도 제조업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8%로 큰
폭으로 하향조정했다.
BNP파리바는 기존 -2.4%에서 -4.5%로 낮췄고 골드만삭스는 1.8%에서 -1%로 전망치를 내렸다.
◇ 정부 신뢰 다 무너진 뒤에 …= 기획재정부 등 정부 내부에서도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29일 ‘제4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성장률 전망치 등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치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기 경제팀이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려는 데 대해 싸늘한 시각이 적지 않다. 재정부는 ‘긍정적인’ 성장 목표를 내세운 것은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하면 경제는 나빠진다’라는 경제의 자기실현적 예언을 우려해서라고 해명한다. 정부까지 나쁜 전망치를 내놓으면 경제는 더욱 그런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가 1%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에도 3%성장을 이룰 수 있고 연 10만명의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다는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한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문제는 재정부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치를 내놓다보니 정부의 발표나 통계를 시장참여자들이 믿지 않게 된 것”이라며 “정책당국이 대통령 공약을 의식, 통계를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나 상황 인식이 너무 늦다는 인상을 준 것은 심각한 실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하윤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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