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혈액형 공화국?…AP “혈액형 뭐에요” 제일 중요한 질문

日 혈액형 공화국?…AP “혈액형 뭐에요” 제일 중요한 질문

기사승인 2009-02-02 17:30:01

[쿠키 지구촌] 일본에선 혈액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부터 직업을 구하는 일까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혈액형이 뭐예요?”라는 것이라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혈액형이 사람의 모든 면을 설명해준다고 믿는 일본에서는 관련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닌텐도 게임에도 등장했으며, 총리마저 혈액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장 큰 출판 유통회사인 도한(Tohan)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톱 10 베스트셀러’ 중 네 권이 혈액형에 관한 책이다. 문예사에서 나온 각 혈액형의 특징을 다룬 책, A형·B형·O형·AB형 시리즈는 모두 합해 총 5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이 출판사의 가베야 다쿠 수석 편집인은 “이 책의 매력은 독자들이 혈액형 특징을 자신의 이미지와 견주어 읽으면서 ‘그래, 이건 바로 나야’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 따르면 A형은 감수성이 예민한 완벽주의자이지만 걱정이 많고, B형은 활달하지만 별나고 이기적이다. O형은 호기심이 많고 관대하지만 고집이 세고, AB형은 예술가적 기질이 있지만 신비롭고 종잡을 수 없는 면이 있다. 서양에서 생일로 구분하는 별자리와 비슷하지만 일본인은 혈액형을 믿는다.

아소 다로 총리도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자신의 프로필에 혈액형을 공개할 만큼 혈액형을 중시한다. 그는 A형이고, 정치적 라이벌인 야당 지도자 오자와 이치로는 B형이다.

요즘 일본에선 혈액형이 닌텐도 DS게임에 특색 있게 다뤄지고, 각 혈액형에 맞춘 여성용 ‘럭키 백’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매회사는 혈액형에 따라 맞선을 주선하며, 기업들은 직원의 혈액형에 따라 일을 맡긴다. 심지어 어떤 유치원에선 혈액형에 따라 반 편성을 하고, 지난해 중국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여성 소프트볼 팀은 선수 혈액형별로 훈련을 달리하기도 했다.

혈액형 이론은 독일 나치 시절 혈통이념에서 온 것으로 1930년대 일본 군사정부가 강한 군인을 기르기 위해 도입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 가다 70년대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이 인기를 얻으며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어 그의 아들 도시타카는 ‘인간 과학 ABO센터’를 설립하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는 “혈액형으로 사람들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혈액형을 서로 아는 게)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재능을 발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혈액형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러나 신슈대학의 심리학과 기구치 사토루 교수는 “혈액형은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에 따라 결정되는데 성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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