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인공튜브에 의존해 연명하던 이탈리아 여성 엘루아나 엔글라로(38)가 9일 오후 사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1992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엔글라로의 간병에 지친 부모는 법원에 안락사 허용 판결을 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그녀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가족들이 지난 6일 인공튜브를 제거한 것도 이 판결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안락사 허용 판결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엔글라로가 투병 생활을 하던 우디네의 요양소 앞에서는 안락사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각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존엄사 논쟁은 정치적으로도 비화됐다. 교황청의 지지를 받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6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튜브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총리령을 발표했지만,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
엔글라로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상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서로에게 ‘살인자’ ‘헌정 파괴자’라며 격한 비난을 퍼부었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통상적으로 뇌사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 뒤에도 길게는 2주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엔글라로가 나흘 만에 숨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검을 요구했다. 교황청도 “모든 인간은 고귀한 존엄성을 가진다”며 반대론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