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서해 5도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상에서 중국 어선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강경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북한의 서해상 도발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10일 "서해 최북단 인천 백령도와 연평도 앞바다에서 선단을 구성해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지난달 말쯤부터 줄기 시작해 지난 4일 오후부터 연평도 앞바다에 있던 50여척 등이 거의 동시에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백령도 해병 부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중국 어선이 한척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평소와 다른 상황이라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산둥성 수산당국은 지난달 23일 서해 5도 해상 조업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를 자국 어선 선장들에게 통보하고 최근 무선을 통해 이를 재차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남북 간 긴장국면에서 중국 어선이 남북간 충돌의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은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 해경 관계자는 "어선들을 철수시킨 중국 정부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군과 해경은 북의 도발 징후가 있는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 당시에도 남북간 충돌을 며칠 앞두고 중국 어선들이 한꺼번에 사라졌었다.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한 중국 당국이 어선 철수 명령을 내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새벽 북한 경비정 1척이 연평도 서방 해역의 NLL 부근에 접근해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자국 영해로 나포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 경비정은 그 후에도 백령도 근해에 나타나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어 해군과 해경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군과 해경측은 연평해전 당시와 유사하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은 보통 선단을 이뤄 한꺼번에 출항했다가 철수하기 때문에 중국 어선들의 '공백'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NLL 해상에서의 감시태세는 물론 대북정찰과 접적지역 부대의 대북 감시활동 등 대북경계 태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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