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평생 우리 사회의 대표적 양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쯤 선종(善終·별세를 뜻하는 가톨릭 용어)했다. 향년 87세.
김 추기경의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건강 악화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추기경이 폐렴 합병증에 따른 급성호흡질환으로 선종했다"고 밝혔다.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은 "김 추기경은 임종을 지켜본 정진석 추기경과 의료진에게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다. 사랑한다. 사랑하라. 용서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강남성모병원은 김 추기경이 1989년 성체기증대회에서 약속한 대로 안구 등 장기 적출 수술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애도문을 내고 "김 추기경이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향해 외쳤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였다"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오후 명동성당에 운구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장례식은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공원묘지 성직자묘역에서 거행된다.
김 추기경은 1922년 5월 대구에서 출생해 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68년 서울대교구장에 오른 뒤 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김 추기경은 71년 성탄 자정 미사에서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유신독재와 싸웠고, 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권력에 맞서 싸우는 마지막 보루로 명동성당을 지켜내는 등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10월 호흡 곤란으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면서 위중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를 넘긴 뒤 건강 상태가 비교적 호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추기경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애도가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오신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김 추기경은 실질적으로 한국 기독교의 사표가 될 성직자였다"며 "빛보다 소금이 되려고 노력한 지도자였던 김 추기경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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