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7일 낮 12시쯤 인천 옹진군 연평면 대연평도 망향대(해발 69m)에서 1.4㎞ 떨어진 북방한계선(NLL) 주변 최전방 조업금지수역은 잔잔한 수면위로 고요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NLL 너머 북측의 석도 갈도 장재도 등 3개의 섬 사이로 황해도 해안에 조성된 북측 해군기지에서는 언제라도 발포를 할 것처럼 포문이 열려 있어 긴장감이 감돌았다. 직선거리로 불과 12㎞ 거리였다.
북측이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무력도발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일본을 방문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사일 발사는 북미간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때문인지 이날 연평도에서 바다로 나온 어선은 3척뿐이었다. 2척은 소연평도 우측 해상에서 우럭과 새우를 잡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어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북측 해역에서는 바지선 옆에 배 한척이 정박돼 있는 모습이 망원렌즈에 포착됐다. 꽃게잡이를 둘러싸고 1999년과 2002년 연평해전이 벌어진 연평도 서측 해역에는 해군 함정이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 해역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해상은 1·2차 꽃게해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꽃게 금어기를 맞아 중국배들도 북한해역에서 물러가고 우리 어선들도 포구에 정박해 있어 조업중인 선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에서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해군2함대 사령부 김태은 정훈공보실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면서도 “예민한 상황이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해군은 신형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채 북측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었다. 해군은 2002년 서해교전 당시 장병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수리함보다 장갑을 강화해 북한의 선제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윤영하함’을 실전배치하는 등 대북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최근 보름가량 군인들이 부대 밖으로 나오지 않자 폭풍전야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일부 주민들은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주민은 “북측의 엄포소리를 너무 자주 들어 대부분 주민들은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춘(47) 연평어촌계장은 “대연평도과 소연평도의 어선 37척에 소속된 회원 170명이 평온한 가운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요즘은 복합자망어선들만 일부 조업을 하고 꽃게잡이 어선들은 출어를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신흥호 선주 신승원(69)씨는 “북측의 미사일 발사시기는 4월 1일부터 시작되는 꽃게조업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꽃게조업시 북측수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시비를 건뒤 우리 선박을 나포한 전례가 있어 이런 방식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날까 어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게철에는 연평도에서만 하루에 30∼40척이 출어를 할 정도로 꽃게잡이는 연평도 경제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꽃게잡이가 안돼 빈집이 늘기도 했으나 지난해 꽃게풍년으로 다시 어장이 살아나면서 연평도 경제가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백령도 최종남 어촌계장은 “북측이 외화벌이를 위해 꽃게조업시기에는 아무런 위협도 못하면서 조업이 불가능한 지금 엉터리 쇼를 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연평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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