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한 포털사이트가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반대 서명운동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곳곳에 서명운동의 순수성을 의심할 만한 요소들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하나포스닷컴은 지난 2005년 2월 22일 제정된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이 다가오자, 지난 12일부터 이 날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동영상 서비스 ‘앤유’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시작 후 6일이 지난 18일 오후까지 약 105만여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호응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서명운동에는 납득하기 힘든 점이 있다. 분명히 ‘반대 서명’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 4년,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제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라고 비장하기까지 한 참여 독려를 하고 있지만 반대뿐만 아니라 ‘찬성 서명’도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반대와 서명의 비율이다. 서명운동의 성격상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해야 하지만 18일 기준으로 반대 53%, 서명 47%로 양측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포스닷컴이 로그인하지 않고도 서명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일본인들도 쉽게 서명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이 반대서명 운동에 참여한 국가의 비율은 한국이 50%, 일본이 46%로 반대·찬성 수치와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하나포스닷컴은 이같은 수치를 ‘국가별 상세현황 보기’라는 이름으로 방문한 네티즌들에게 공개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네티즌들은 겉으로는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반대한다는 명분이지만, 결국 일본 네티즌과의 대결 구도를 부추겨 사이트를 알리고 방문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서명운동 등이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 ‘2CH’ 등을 통해 알려져 갈등이 과열된 사례가 이미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이같은 현상을 예상하고 일부러 찬성 서명까지 허용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서명운동 관련 댓글에는 이미 ‘2CH를 다시 공격하자’, ‘시마네현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것은 어떠냐’ 등 근절돼야 할 인터넷 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디 ‘JUSTICE’는 “이런 서명운동은 찬반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공통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이런 형태라면 처음부터 이름을 서명이 아니라 ‘투표’나 ‘POLL’ 등으로 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네티즌은 “반대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하면서 찬성서명까지 받아주는 친절한 앤유씨. 너무나 친절해서 감동의 눈물이 나려고 한다”비꼬며 “독도만 내세우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 마케팅 담당자는 좀 반성해야 할 듯”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나포스닷컴 관계자는 “서명 참여는 로그인 대신 IP 기준으로 이뤄진다. 중복 서명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일본 주요 사이트에 노출돼 찬성 서명이 75%까지 올라가 실시간으로 국가별 참여현황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와 찬성 서명을 구분한 것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장치였다”며 “PV(페이지뷰)를 올리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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