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 전화번호 공개CF…“내겐 ‘몹쓸’ 마케팅”

구준표 전화번호 공개CF…“내겐 ‘몹쓸’ 마케팅”

기사승인 2009-02-22 12:41:01


[쿠키 연예] “자사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불특정 다수의 희생양 정도는 상관없다는 건가요?”

LG텔레콤의 ‘전화번호 공개’ 마케팅 전략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광고를 통해 한 휴대전화 번호를 일러주고,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드라마 ‘꽃보다남자’에서 구준표 역할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이민호가 메시지를 남긴다.

하지만 이처럼 신선해 보이는 마케팅 전략에 ‘희생양’이 나오고 있다. 바로 광고를 위해 동원된 전화번호와 비슷한 번호를 가진 사람들이다.

광고에 나오는 구준표의 전화번호에서 끝이나 중간 숫자 하나만 다른 번호를 가진 사람들은 처음 보는 번호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횟수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광고가 공개된 후부터 인터넷에는 “갑자기 처음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아지고 받으면 툭 끊어버린다”는 등 불평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번호들로 무작위로 전화를 해보면 전원을 아예 꺼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캐릭터의 휴대전화 번호 공개라는 독특한 전략이 인기를 끌다보니 구준표 역할로 나오는 탤런트 이민호의 실제 번호라고 주장하는 번호들이 나돌면서, 이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있다. 이 중 일부 번호들 역시 전원이 꺼져있거나 당분간 수신이 정지된 번호로 나오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구준표인 척하고 그냥 전화를 받아보는 건 어떠냐”는 등 심각하게 여길 필요없다는 반응이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거 영화배우 한석규, 가수 성시경 등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의 당시 인기와 현재 사회의 신드롬을 형성하고 있는 이민호의 인기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이민호는 ‘공식’이라고 자처하는 팬카페나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패러디 작품만 수십개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스타에 민감한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CF는 광고기획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는 똑같은 강도로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CF 제작자들은 간과했다.

결국 구준표를 찾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회사 측이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전략을 구사했고, 자신들이 이에 대한 희생양이 됐다는 사 실에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 수익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을 고려한다면 ‘특별 보너스’ 대상이지만, 대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폭 넓은 소비자 배려의 관점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LG텔레콤은 최근 ‘꽃보다 틴링’ 두 번째 CF ‘문자 재벌’ 편에 탤런트 이민호의 목소리가 녹음된 구준표 가상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이후 이 번호로 보내진 문자메시지만 18만건이 넘고 걸려온 전화만 10만통이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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