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날짜 삽니다”…공익근무, 위험한 거래

“근무지·날짜 삽니다”…공익근무, 위험한 거래

기사승인 2009-02-22 05:33:00


[쿠키 사회] 정부가 입대자를 배려하기 위해 복무기관과 소집일자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공익근무요원 본인선택제’가 인터넷을 통한 근무지 등을 거래하는 부작용을 낳고있다.

22일 각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각종 게시판에는 공익근무요원 소집 예정자들이 돈을 지불하면 특정 근무지나 소집 날짜를 넘기겠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대학생 A(20)씨는 한 게시판에 "올해 6월부터 근무할 예정인데 그 자리를 갖고 계신 분은 나에게 팔아달라”는 글을 올리며 사례금으로 150만원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00구, 00구 4∼6월 근무지 팔 분. 가격협의요망”,“00구 00구 사실 의향 있다면 쪽지 달라”등 여러 게시물을 올라와 있다.

본인선택제는 모든 예비 공익근무요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복무기관마다 제한된 인원을 선착순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서울 도심지역 등 이른바 일부 ‘인기 근무지’는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불과 몇 분안에 접수가 마감되고 이를 놓친 사람들은 원하는 근무지를 ‘구매’라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지원자들에 따르면 대학교, 도서관,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인기 근무지로 고가에 거래되고, 육체적으로 힘든 근무지로 알려진 사회복지시설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들은 가격 등이 합의에 이르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PC방 등에서 만나 인터넷에서 ‘선택취소’ 버튼과 ‘신청’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식으로 거래를 마무리한다.

병무청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장소와 날짜 등이 돈을 통해 거래되는 것이 잘못된 현상이지만 제재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처벌규정이 없는 데다 실제 돈이 오고 갔는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며 “사실상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신청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래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병무청은 취소된 자리들을 모아 한꺼번에 다시 신청받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지만, 갑자기 시스템을 바꾸는데 따른 부작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구체적인 제도변경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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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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