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측근들을 내각에 쓰는 것은 3김식 구태정치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인 입각에 대한 단적인 시각이다. 정치적 배려나 경력 관리를 위한 입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신호다. 그런 탓에 집권 여당의 불만은 클 수 밖에 없다. ‘당·청 팀플레이’가 불가능한 단절 구조가 된 셈이다.
조각과 2번의 개각 등을 통해 입각한 정치인은 2명이다. 지난해 7·7개각 때의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지난 20일 임명장을 받은 이달곤 행전안전부 장관이다. 그러나 정치인 몫이라고 보는 당·청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이 대통령 스스로 전 장관 입각을 “정치권 몫이 아닌 여성 몫”이라고 했을 정도다. 비례대표 의원 출신인 이 장관에 대해서도 ‘행정전문가 기용’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인 배제 인사에는 다양한 배경이 깔려 있다.
우선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다. 측근 정치의 대명사였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다른 차원의 인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후계 구도를 가시화시키지 않음으로써 ‘조기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 중심의 인사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정치인이 아닌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 한가하게 경력 관리를 위해 정치인들을 입각시키기 보다는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아직 집권 초반인 만큼 여당 도움 없이 이 대통령의 의지대로 국정을 한번 이끌어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포인트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다. 오랜 기업가 생활과 짧은 국회의원 경력 동안 체감했던 정치인들의 ‘사욕’에 대해 여전히 혐오성 거부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연말 1차 입법 전쟁과정에서 보여준 여당 의원들의 몸사리기 행태에 진노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기는 어렵다. 벌써부터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는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적 보상’ 없는 전쟁을 누가 앞장서 치르겠느냐는 것이다.
‘당속의 당’인 친박계를 끌어 안기는 커녕 우군인 친이계 의원들마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친이계 인사는 “대통령 주변에 당의 목소리를 전달할 정무적 판단이 있는 인물이 전혀 없다”며 “당과의 접촉을 넓힌다고 하지만 벽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은 최고위 정무직”이라며 “이제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바꾸어야 할때”라고 충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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