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주 의원 “현 시스템으론 장기기증 유도 어렵다”

이애주 의원 “현 시스템으론 장기기증 유도 어렵다”

기사승인 2009-02-22 21:09:01


[쿠키 문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 이후 국민들의 장기 기증 서약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전국민적 생명나눔 행렬에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도 나섰다. 한나라당 이애주(보건복지위·63) 의원은 지난 20일 장기 기증 및 이식 활성화를 위해 잠재 뇌사자 신고 의무화, 독립 장기구득기관 설립, 생체 장기 기증자 취업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장기 이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법률 개정안엔 여야 의원 58명도 동참했다. 김 추기경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남기고 영원히 하느님 곁으로 떠난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법안 마련의 취지를 들어봤다.


이 의원은 "장기기증에 대한 현재의 뜨거운 호응이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장기 기증 및 이식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법률적,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월 권투경기 후 뇌사한 최요삼 선수의 장기 기증 뒤 불었던 반짝 장기 기증 열풍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그때도 이번처럼 장기 기증 서약자가 크게 늘었지만 곧 다시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장기 기증자 확대를 위해선 뇌사자나 심폐정지 사망자의 장기 기증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의원은 국내 장기 기증 및 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심화를 꼽았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올해 1월말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는 고형 장기와 골수, 각막 등을 포함해 모두 1만8305명으로 2000년 5343명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2008년 뇌사자 장기 기증은 256건, 생체 기증은 1641건에 그쳤다. 때문에 이식 대기 기간이 평균 3년(2008년 기준 1443일 소요)을 넘고 있어 일부 환자들은 중국 등 해외 원정 이식이나 불법 장기 매매에 빠져들고 있다.

이 의원은 살아있는 사람의 생체 기증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뇌사자 장기 기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추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뇌사자나 심폐정지 사망자는 살아선 기증이 불가능한 심장과 폐 이식도 가능하고, 동시에 7∼8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 효율성이 높습니다. 또 궁극적으로 죽음을 앞둔 뇌사자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배려할 수 있고, 치료 연장에 소요되는 의료비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됩니다."

이 의원은 국내 뇌사자 장기 기증 잠재력은 충분한데, 실제 장기 기증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짚었다. 대한이식학회지에 따르면, 국내 병원 중환자실 사망 환자의 9.4%가 뇌사자로 추정돼 연간 3000∼9000명이 장기 이식 가능한 상태를 거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기증자는 발생 뇌사자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1000명의 뇌사 기증자만 있어도 이식 적체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장기 기증이 고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로 여겨 꺼릴 뿐 아니라 지나치게 경직된 법률 적용과 번거로운 행정 절차 때문에 시간이 지체돼 어렵게 기증받은 장기 조차 제때 이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뇌사자 가족들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만 뇌사 판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장기 기증이 활성화된 스페인 미국 프랑스처럼 잠재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 진료 의사나 병원이 신설되는 '독립 장기구득기관(IOPO)'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해 '선(先) 뇌사 판정, 후(後) 장기 기증'으로 뇌사 판정 체계를 개선했다. 또, 현재는 가족의 장기 기증 동의 뒤에도 뇌사 판정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해 진료 의사의 뇌사 소견을 받은 다음 6∼10명의 뇌사판정위원회를 따로 소집해 최종 판정을 내리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의원은 "개정안엔 IOPO에 잠재 뇌사자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필요 장비와 전문 인력을 발생 병원에 파견, 현장에서 전문의사 2명이 뇌사 판정을 하도록 해 불필요한 시간 지체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는 자신의 장기를 떼주는 이들이 보험가입이나 취업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조항도 신설해 생체 기증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3년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재직할 때 장기 기증 서약을 했다는 이 의원은 "건강하게 관리해 온 몸의 일부가 누군가에게 귀한 효용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현재의 삶이 각별하게 느껴지곤 한다"면서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장기기증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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