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돈은 우리가 줄 테니 우리 학교 학생을 인턴으로 좀….”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기업 인턴이나 연수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대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기업 인턴을 따내려는 대학 당국의 구애작전도 눈물겨워지면서 '인턴용 촌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정부가 줄인 지원금을 대학이 대신 대주는 진풍경도 생겨나고 있다.
유수의 인터넷업체 인사 담당 관계자는 최근 난처한 경험을 했다. 모 대학 교수가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학생을 인턴으로 써 달라며 명품 가방을 선물로 들고 찾아왔던 것이다. 이 관계자는 23일 “인턴이나 연수생 공고를 내면 대학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예전보다 훨씬 많다”면서 “그러더라도 고가의 선물까지 들고 오는 경우는 뜻밖이라 취업난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과거에는 기업이 요청해야 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내줬으나 이제는 대학이 통사정을 하는 쪽으로 갑과 을이 뒤바뀌었다”면서 읍소작전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이동통신 대기업 관계자는 “어떤 대학은 인사청탁처럼 비칠 수 있을까 우려해 기업 내 지인을 통해 부탁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턴 비용까지 대주며 읍소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이 같은 현상을 거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대학생들의 ‘직장체험(연수)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성신여대, 동국대, 연세대 등 37개 대학에 일부 위탁해 자체 운영과 병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 1인당 40만원씩 4개월간 지급하던 연수생 지원금을 2개월로 줄였다. 직영 프로그램은 지원기간을 1개월로 단축시켰다.
기업들이 연수생 선발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을 우려한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줄어든 지원 기간 만큼의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A 대학은 장학금 형식을 빌려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만들어 20여개 기업에 발송하기도 했다. 공문을 받은 기업 관계자는 “상당수 학교가 공식 문서로 보내지만 않았을 뿐 같은 뜻을 비쳤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인턴을 늘리기 위해 공기업 대졸 초임을 줄이면서 인턴 지원금까지 줄이니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취업난이 가중되다 보니 새로운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면서 “정해진 예산이 분산돼 각각의 프로그램에는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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