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조작’ 파문…이번엔 교육당국 책임 공방 눈살

‘임실조작’ 파문…이번엔 교육당국 책임 공방 눈살

기사승인 2009-02-23 21:37:01


[쿠키 사회] '임실 조작'의 진실과 책임소재를 놓고 일선 교육청과 도 교육청 사이에 벌어지는 '떠넘기기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서면으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할 평가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가 하면 사후 보고를 묵살한 장학사 등이 교장으로 승진하는 등 일선 교육행정의 난맥상이 드러났는데도 진실규명보다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책임전가 급급=전북도교육청은 23일 임실 지역 학업성취도 평가 오류 사건을 조사한 결과 임실교육청 담당 장학사 A씨가 지난 1월 7일 전화로 일선 학교의 평가 결과를 조사해 도교육청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조사 결과 A씨는 14개 초등학교 가운데 1곳에는 전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2곳은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11곳은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으나 A씨가 단순히 미달자가 있는지만 물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들 학교에 대해 이번 평가의 15가지 조사항목 중 미달자 항목만 물어본 뒤 임의로 통계를 작성했다. 그가 정상적으로 조사한 학교는 단 1곳도 없었으며, 애초 각 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확인도 하지도 않은 채 완전히 조작해 보고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 B씨는 임실교육청에서 공식 절차를 밟아 각 학교의 평가 결과를 조사해 보고해 온 수정 보고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규호 전북도교육감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보다 정확히 조사해 업무 처리 라인에 있었던 책임자는 경중에 따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육감의 사과와 달리 이번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문책은 커녕 오히려 영전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도 교육청은 임실 파문의 결제 선상에 있던 임실교육청 학무과장 C씨를 최근 도내 모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했다. 도교육청은 또 임실교육청으로부터 수정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지 않은 도교육청 초등교육과 B장학사를 김제의 한 초등학교 교장에, B장학사의 직속상관인 D장학관도 도 교육청 과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교과부는 속수무책=상황이 이런데도 시·도 교육청에 대한 행정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교과부는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도 "일선 학교 및 교육청의 인사 및 승진은 시·도 교육청에 있다"고 말했다.

교육행정 체계의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관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55개 교육·시민단체는 서울 세종로 교과부 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적조작이 있었던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는 무효화하고, 일제고사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제고사 반대 불복종선언을 조직화하고 체험학습을 안내하는 학급통신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해 중징계를 받은 강원도 동해시 초등학교 교사 4명이 이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전교조 소속인 이들은 지난해 11월5일 진행된 강원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정상수업을 진행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파면(3명),해밍(1명) 등 중징계를 받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