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미네르바가 산 MB 잡나… ‘주식↓·환율↑’ 예언 적중?

죽은 미네르바가 산 MB 잡나… ‘주식↓·환율↑’ 예언 적중?

기사승인 2009-02-24 15:57:01
[쿠키 경제]‘죽은 미네르바가 산 MB경제팀 잡나’

올 들어 동유럽과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자 미네르바식 비관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각종 악재로 인해 주식 1000선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원·달러 환율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2차 금융위기 도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력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3원 급등한 1516.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98년 3월13일(1521원)이후 10년 11개월만에 최고치다. 환율 수준만 보면 지난해 금융위기가 완벽하게 재연된 것이다.

증시는 전날 하루 반짝 반등했으나 이날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67포인트(3.24%) 추락한 1063.88로 급락했고 코스닥도 5.46포인트(1.45%) 내린 370.11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이날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은행 국유화 논란속에 투자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면서 12년만에 7200선이 붕괴됐다. 유럽증시는 동유럽 금융불안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속에 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지수는 4년 만에 4000포인트가 무너졌다.

올들어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1월초 반짝했던 경제낙관론은 자취를 감췄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진짜 미네르바와 가짜 미네르바가 언급했던 주가 500설, 3월 위기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위기설의 허구성, 경제 펀더멘틀, 수출기업의 경쟁력 등을 거론하며 미네르바식 비관론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아마추어적인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강만수 경제팀에 이어 윤증현 경제팀에게도 전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허구라고 주장하는 위기설은 어김없이 현실화했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채권을 일시에 매도할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은 그 자체로 보면 틀렸다. 하지만 정부가 위기설이 허구라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시도한 외평채 발행을 포기하면서 외국인의 불신을 샀고 이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라는 대형사태와 맞물리면서 금융위기의 촉발을 불렀다.

가짜 미네르바의 예언으로 유명해진 ‘3월 위기설’은 일본자본의 이탈이 내용의 핵심이다. 정부는 “액수도 적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반박하지만 시장의 저울추는 3월 위기설에 좀더 기울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이 채권 순매도로 전환했고, 앞으로도 추가 이탈 가능성이 높다”라고 관측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의 외화 채무 약 350억달러 중 3월에만 약 100억달러가 집중돼 있다.
‘3월 위기설’의 배경이다.

정부의 패착도 지난해 9월 위기설 당시와 흡사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이유로 4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되사는 조건) 행사 포기를 선언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분을 감안해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가 그 결정과정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면서 이후 환율급등의 빌미로 작용했다.

주가 500도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정부는 치부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주가 1000붕괴는 기정사실이고 800선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세계가 온통 악재인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피해는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재소재들은 거의 소진됐다.

강만수 전 경제팀이 최고 치적(?)으로 자랑하는 미국과 일본·중국간 스와프자금 확대는 단기 호재에 불과한데다 이미 한도가 확대될대로 될 만큼 커졌다.

수출 증가 및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안정 기대도 하루용 호재로 전락할 조짐이다. 일시적인 선박수출 증가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2차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난해보다 훨씬 악성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일부 수출수치의 호조를 거론하며 ‘한국경제는 다를 것이다. 역 샌드위치(중국보다 품질 좋고 일본보다 싼 이점)효과를 누릴 것이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충고했다. 이미 감옥에 들어갔고 가짜로 판명된 미네르바들의 예언이 정부의 정책보다 신뢰를 얻는 뼈아픈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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