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뭄바이 슬럼가 사람들은 여객기 승객들에게 윙크를 한다?’
최근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인도 빈민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이 '1600만명 인구의 절반이 빈민'이라는 국제도시 뭄바이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상금 2000만루피(약6억원)가 걸린 퀴즈쇼에 출연해 일약 스타가 된 뭄바이 빈민가 소년 이야기. 특히 아시아 최대 슬럼으로 불리는 뭄바이 다라비 출신의 실제 빈민 소년을 캐스팅해 더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보면 화려한 마천루와 시궁쥐가 돌아다니는 슬럼이 공존하는 뭄바이의 오늘이 보인다. 특히 건물 지붕에 부딪칠 듯 낮게 나는 항공기와 길거리에서 빵을 굽는 남자의 모습을 한 앵글에 잡은 사진 속에서는 고도성장의 그늘을 확인할 수 있다. 급속한 개발이 국제공항 활주로 옆 동네를 만든 것이다.
슬럼가의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은 세수하는 남자의 사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배경이 됐던 다라비에서는 10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를 공유하거나 하루에 1시간씩만 수돗물이 나오는 동네도 있다. 화장실 시설도 열악해 1440명당 화장실은 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부 지역에서는 재래식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1인당 1루피(약30원), 가족이 한달을 쓰려면 30루피(약910원)를 내야 한다.
슬럼이 도시 한구석에 처박혀 있을 것이라는 오해도 푸는 게 좋다. 비록 비공식 거주지이긴 하지만 뭄바이 슬럼은 북적이는 도심과 무릎을 맞대고 있다. 슬럼은 인도 비즈니스의 중심이기도 하다. 60만∼100만명이 거주하는 다라비에는 대략 1만5000개의 면화공장이 밀집해있을 뿐만 아니라 뭄바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80%를 처리하는 '재활용 허브'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활용업계에 종사하며 생계를 잇는 사람만 무려 25만여명. 다라비로 흘러든 쓰레기는 다바리 주민들의 손을 거쳐 마법처럼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일부에서는 다라비의 연간 생산량이 최소 6억5000만달러, 많게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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