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법원이 최근 불거진 촛불집회 관련 사건의 배당 문제와 형량 외압 의혹 등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일부 언론이 '지난해 7월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된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이 아닌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함에 따라 당사자 및 관계자 등을 상대로 경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때 사유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가 아니라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대법원이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제기된 '촛불 사건 몰아주기 배당' 의혹에 대해서는 양형 통일을 위해 비슷한 사건을 한 재판부에 배당했을 뿐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형에 대한 외압 의혹은 '오로지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사법부 독립성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허 부장판사는 이날 "판사들에게 양형이나 영장에 대해 전혀 언급한 바 없다.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법적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판사로서 재판부에 양형을 높이라고 주문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영장 관련해서도 기각 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언급했을 뿐 촛불집회 해당 재판부에 영장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몰아주기 배당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사건들이어서 대법원 예규에 따라 재판 진행이나 양형 편차 등을 고려해 한 재판부에 배당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형사단독판사들 중 일부는 "허 부장판사가 기수가 낮은 판사들에게 영장과 양형에 관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어 진실 공방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이 한 재판부로 집중 배당되자 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만나 몰아주기 배당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실제 판사들의 문제 제기 이후 촛불집회 사건 배당은 임의 배당에서 컴퓨터 추첨에 의한 자동 배당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신 원장은 판사들에게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