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생가 논란…군위군, 무리한 연고주장에 빈축

김수환 추기경 생가 논란…군위군, 무리한 연고주장에 빈축

기사승인 2009-02-26 12:49:01
[쿠키 사회]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생가와 관련해 특정 지역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연고를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 경북 군위군에 따르면 군청 홈페이지에 ‘고 김수환 추기경 생가 위치’라는 제목을 달아 홈피 방문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군위읍 용대리에 있다는 김 추기경의 ‘생가’는 그러나 그가 4살 무렵에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이사 와 7년여를 산 집으로 그가 태어난 집이 아닐 뿐아니라 친척이나 친지 등의 연고도 없는 곳이다. 김 추기경 또한 지난 2007년에 이 집을 직접 그린 뒤 ‘김수환 옛집’이라고 제목을 달기도 했다.

물론 김 추기경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고향집’이 아니라 ‘옛집’이라고 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문제는 김 추기경의 부모가 터를 잡고 또 김 추기경이 태어난 곳이 대구 남산동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군위군뿐 아니라 일부 언론이 군위에 있는 옛집을 ‘생가’ 혹은 ‘고향’이라고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군위군이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추기경 공원을 조성하려고 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대구시 당국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김 추기경이 태어난 곳이 남산동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장소는 물론 대략적인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구시가 굳이 김 추기경의 생가터를 파악할 필요가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엉뚱한 곳에서 ‘생가’를 칭하며 무리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시의 무신경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회사원 이모(38·대구 범어동)씨는 “훌륭한 삶을 살다 간 종교인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도 그를 기리는 데 중요한 장소인 것은 맞지만 생가니 고향이니 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그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고인에게 큰 무례를 범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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