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웃기만 한다면…” 언론-정치인 부부가 꿈꾸는 소박한 희망

“딸이 웃기만 한다면…” 언론-정치인 부부가 꿈꾸는 소박한 희망

기사승인 2009-02-26 17:28:01
[쿠키 지구촌] 25일 새벽 6시 이안 비렐은 딸의 비명 소리에 잠을 깼다. 아래층에 있던 딸은 사지를 뒤흔들며 경련을 일으켰고, 그는 딸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격한 움직임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다.‘운 좋게도’ 5분 만에 딸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부편집인 이안 비렐은 26일 신문을 통해 “이것이 내 일상의 시작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안의 15세 딸인 로나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이후 걸을 수도 없었다.

중증 간질을 앓고 있는 장애인으로 24시간 돌봐줘야만 한다. 이안은 전날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여섯 살 아들 이반을 잃은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과 자신의 사연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기자와 정치인으로 만난 두 사람은 처음엔 시시콜콜한 정치 얘기를 나누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게 됐다. 그후 ‘장애아동의 부모 되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왔다.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아이 학교와 병원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고, 장애아가 각자의 삶과 희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얘기했다.

이안은 “장애아의 부모로서 세상은 충격적일 만큼 장애인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심각한 공공서비스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안은 “최근 캐머런의 아들 이반은 건강이 좋아져 지난 여름 다시 웃기 시작했고,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부모와 즐겁게 보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딸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딸이 웃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과 함께 바람 부는 공원을 걷기를 바라는 소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아들이 죽기 전날 런던 노팅힐에 있는 집에서 팬 케이크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캐머런은 “이반은 마법 같은 미소로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슬픈 소식을 접한 영국 하원이 1994년 노동당 당수 존 스미스 사망 이후 처음으로 26일 총리에 대한 질의를 보류한 가운데 캐머런의 정치적 라이벌인 고든 브라운 총리는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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