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른자위’ 강남 근무자 대대적 물갈이

경찰, ‘노른자위’ 강남 근무자 대대적 물갈이

기사승인 2009-03-01 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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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경찰이 '노른자위'로 불리는 서울 강남 지역 3개 경찰서(강남·서초·수서) 경찰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유흥업소 업주가 보직 청탁을 할 정도로 유착이 심한 상황에서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사람만 바꾸는 응급조치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서초·수서 경찰서의 대민부서 소속 경찰관 중 이들 지역에서 8년 이상 근속한 경위급 이하 직원을 전보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강남 유흥업소 업주에게서 돈을 받은 경찰관 4∼5명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왜 물갈이하나=경찰이 핵폭탄급 인사를 추진하는 직접적 이유는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이 안마시술소 운영자에게서 돈을 받고 단속 정보 등을 알려준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문제가 드러난 생활안전과는 물론 형사과, 수사과, 교통과, 지구대 등 민원부서 전체를 인사 대상으로 확대했다.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과는 지구대 감독, 풍속업소 단속, 성매매 단속 등을 맡고 있다. 유흥업소 업주와 직접 대면할 일이 많은 부서다. 업주들은 친분관계가 쌓인 다음엔 회식 비용을 대신 내거나 수사 정보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유착관계를 만든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수사비와 인력이 근본 원인"이라며 "잘 아는 업주들이 봐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척 빠지기도 하고, 미리 단속 시점을 알려주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과, 수사과, 교통과, 지구대도 각종 수사 및 단속 과정에서 유흥업소 업주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하기 쉽다.

◇효과는 미지수=3개 경찰서의 8년 이상 장기근속 경찰관은 450∼600명이다. 3개 경찰서 전체 직원의 25∼30%에 이르는 수준이다. 2003년 강남서 경찰관이 납치강도 사건에 연루돼 강남·서초서 경위 이하 230여명을 전보했을 때보다 규모가 더 크다. 당초 서울청은 송파서까지 포함해 4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했지만 충격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3개 경찰서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비리가 터지면 응급처방으로 물갈이 인사를 즐겨 사용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가 강남 지역 경찰들과 깊은 인맥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면서 2003년 단행했던 대규모 인사의 약효가 없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물갈이 인사를 놓고도 부정적 전망이 없지 않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갈이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안된다. 내부 감찰을 강화하고, 민간인이 참여하는 외부 감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제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양진영 조국현 기자
chkim@kmib.co.kr
김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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