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여야가 2일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100일 뒤로 미뤄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키로 합의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은 3일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막판 협상 끝에 쟁점법안 처리 방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극한 충돌을 예고했던 국회는 '벼랑끝 양보와 타협'을 통해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여야는 최대 쟁점이었던 방송법과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정보통신망법(사이버모욕죄법) 등 미디어 관련 4개 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자문 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100일간 논의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키로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처리 시한과 표결처리 명문화'를 얻었고, 민주당은 시간을 벌었다. 미디어관련법 중 저작권법과 디지털방송전환법은 3일 처리키로 했다.
여야간 합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강행 방침이 민주당을 압박한 결과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방문, "야당이 그 정도(미디어 관련법 처리 시한 명시)는 합의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후 김 의장은 미디어 관련법을 포함한 15개 쟁점법안을 모두 직권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야는 막판 대표회담을 통해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함으로써 국회는 다시 정상화됐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미디어 관련법 논의가 진행되는 향후 100일간 '언론산업 선진화'와 '방송 장악 기도'라는 상반된 논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표출이 불가피해졌다.
여권은 갈림길에 섰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이끌어냄으로써 171석 거대 여당의 '온전한' 힘을 보여주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친이계 주류로서는 향후 국회 운영에서 친박계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 하는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 이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재보선 공천, 당협위원장 선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는 2일 밤 본회의를 열어 쌀직불금 지급 대상을 제한하고 부당 수령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90여건의 비쟁점법안을 처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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