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격(國格)을 높여야 합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뒤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국가 홍보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을지대 홍보디자인과 유재웅(51) 교수는 3일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 교수는 행정고시를 통해 1980년 공직에 들어와 줄곧 국내외 정책홍보와 국가 이미지 관련 업무를 맡아오다 정부의 해외홍보, 국가이미지 업무를 총괄하는 해외홍보원장을 끝으로 지난해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7월부터 디자인과 홍보 개념을 접목시킨 국내 유일의 학과인 을지대 홍보디자인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유 교수는 “PR(홍보)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이며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며 “상대의 마음을 사는 PR는 갈수록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PR는 광고·선전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광고·선전은 과장되고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PR는 ‘사실, 정직, 신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형 키우기에 급급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 쪽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투자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품질인데도 국제시장에서 우리 제품은 선진국 제품에 비해 20% 이상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브랜드 가치가 제품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유 교수는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 수준이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 브랜드 가치 순위는 25∼30위 정도”라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경제적 위상에 걸맞는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며 “10년, 20년 이상 긴 호흡을 갖고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난 1월 국가브랜드위원회 출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행력이 떨어졌던 총리 직속의 국가이미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켜 실질적인 집행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유 교수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게 바로 그들 모국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적 가치와 문화 등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가 이미지의 이론과 전략·프로그램 등을 담은 ‘국가이미지’(커뮤티케이션북스)란 저서를 펴낸 유 교수는 “국가 홍보와 관련된 경험과 지식을 학생들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일이 즐겁다”면서 “국가PR 관련 책들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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