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락에 은행 딜링룸 하루종일 ‘진땀’

환율 급등락에 은행 딜링룸 하루종일 ‘진땀’

기사승인 2009-03-03 17:35:06
[쿠키 경제] 3일 서울 명동 A은행 외환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은행의 딜링룸은 하루종일 긴장에 휩싸였다. 역외 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딜러들 사이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0원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불안은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외환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환율은 곧바로 1달러에 1594원으로 치솟았다. A은행의 메인 딜러인 김모과장의 이마에는 땀이 배어나왔고 입술도 바싹바싹 말라갔다. ‘40만달러 솔드’, ‘50만달러 솔드’. 때마침 기다리던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치솟았던 환율은 상승세를 멈추고 잠시 횡보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가 풀리면서 불과 수초 사이에 환율이 뚝뚝 떨어졌다. 달러를 끌어모으며 환율 상승을 부추겼던 역외세력들도 손절매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과장은 그제서야 모니터 한 켠에 놓여있던 커피로 목을 축였다. 오전장이 끝날 무렵 환율은 장 초반보다 30원이상 내렸다. 오후들어 환율은 1550선에서 지루한 공방을 벌이다 결국 하락세로 마감했다. 김 과장은 “한순간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역외세력의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어 보람있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극과 극을 오간 하루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7.90원 떨어진 1552.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당국은 이날 장 초반 개입에 나서면서 1600원대 진입을 막은 데 이어 장 중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환율 하락을 유도한 것으로 관측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상승한 1025.75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00선이 붕괴하기도 했으나 환율 하락 반전에 힘입어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1.59포인트(0.55%) 떨어진 347.76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보험그룹인 AIG의 실적 악화와 추가 구제금융,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기, 세계 실물경기 침체 가속 등으로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가 추락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국내 외화 유동성에 대한 일부 외신의 부정적인 보도와 국내 경기 악화까지 가세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지만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과 기관투자자의 주식 매수에 힘입어 진정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황일송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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