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충돌 모면했던 국회, 하루만에…

벼랑 끝 충돌 모면했던 국회, 하루만에…

기사승인 2009-03-04 01:56:01


[쿠키 정치] 국회의 벼랑 끝 타협은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7시간 넘긴 오후 9시에야 겨우 개회됐다. 개회된 본회의장도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 파행으로 귀결됐다.

결국 쟁점 법안 가운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법안을 제외하고 여야 합의사항은 지키지 못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자정 직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여야 합의조차 지키지 못하고 임시 국회를 폐회하게 됐다"면서 산회를 선포했다. 당시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디지털법과 저작권법에 대한 반대 토론을 위해 발언하던 중이었다. 두 법안은 전날 여야 대표가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디지털법과 저작권법의 처리가 무산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지연전략에 말려들었다"면서 탄식을 쏟아냈다.

오후 9시에 시작된 본회의장은 소란과 고성·막말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번 소동은 한나라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랑·신부하고 국회의장이 주례를 선 위장결혼식 사건"이라며 "MB 악법 싸고 돌아가는 삼각지에서 현란한 댄스파티를 하고 보수신문이 들러리는 섰다"고 김형오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의원석에서는 "그만해" 등의 고성이 난무했다.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사회를 맡은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야당 의원들간 설전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단상 앞으로 몰려나와 "이렇게는 못한다"고 소리쳤다.

앞서 정무위에서는 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파행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오전 11시가 넘어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위원장석을 점거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의원을 끌어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주변을 둘러싼 뒤 김영선 위원장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렇게 날치기해도 되느냐"며 "무효"라고 고함쳤다. 소란 속에 표결 처리가 강행되면서 의원들이 처리 법안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금 출총제예요" "지금은 은행법이에요"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무위 안팎에서는 '스탠딩 투표'라는 얘기도 나왔다.

문방위에서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달 25일 미디어 관련법을 상임위에 기습 상정한 고흥길 위원장을 겨냥해 "날치기한 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위원장석에 앉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의원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이 의원은 멱살잡이를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고 위원장이 노년의 나이에 무얼 그렇게 얻으려고, 어떤 영웅이 되려고 하느냐. 불법 속임수 날치기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인 폄훼 발언'이라며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문방위 위원 7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지도부간 합의된 미디어 관련 법안 표결처리 방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후폭풍과 관련, "민주당은 뒤끝이 많다"고 논평했다.

여야 합의 사항인 미디어 관련 4개 법 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성격과 구성 방식을 놓고도 여야간 동상이몽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논의 기구는 단순한 자문 기구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사실상 결과 도출 기구"라는 입장이다. 논의 기구 위원을 누구로 선정할 지, 구성 비율은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미디어법 100일 간 논의가 순항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준 예고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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