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카이스트가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0학년도부터 '학교장 추천·무시험 전형'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5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0학년도 카이스트 입시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3면
개혁안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과 심층면접만을 통해 150명을 선발한다. 이 규모는 전체 모집정원 850여명의 17.6%에 이른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은 무시험 전형에서 제외키로 했다.
카이스트는 전국 일반고 교장으로부터 한 명씩 학생을 추천받은 뒤 입학사정관이 학교 현장을 방문하고,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입학생을 선발한다. 최종 선발 인원 150명 중 10%는 농산어촌 학생, 10%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각각 우선 할당된다.
카이스트는 또 2010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전형에서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경시대회가 남발되고,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카이스트 부설 학교로 전환된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개혁안도 함께 발표됐다. 개혁안에 따르면 2010학년도 입시에선 선행학습이 요구되는 경시대회 성적 반영 비중을 대폭 줄이고, 2011학년도 입시부터는 경시대회 성적을 입시에서 완전히 배제한다. 특히 입학사정관을 영재학교에도 배치, 정원의 10% 가량을 농어촌 학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학교 운영과 관련해선 2010학년도부터 수학 과학 영어 과목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게 된다. 또 올해 중에 외국인 교사 14명을 초빙하고, 18명의 외국인 학생을 선발해 내년 2월부터 함께 수업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카이스트의 새로운 실험에 각 대학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 총장 취임 이후 교수 테뉴어(정년보장) 심사에서 신청 교수를 무더기로 탈락시키고 입시에서도 심층면접 전형을 도입하는 등으로 대학사회에 영향을 끼쳐 왔다.
김윤제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공교육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보이는 카이스트 입시안은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서 서강대 입학처장은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며 "하지만 경시대회 실적은 학생이 노력해 거둔 성과로 잠재력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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