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6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정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10년간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정의선 사장은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됐고, 정성은 부회장과 서영종 사장, 이재록 전무가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등기이사 4명 중 정 사장을 제외하고 전원 새로운 얼굴로 교체된 것이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정 부회장과 서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정 사장은 그대로 등기이사직만 유지키로 했다. 정 사장은 계속 기획 및 해외영업에 치중할 것이라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오너 일가가 모두 대표이사에서 빠지면서 기아차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모양새를 갖췄다. 정 회장이 기아차 ‘회장’ 직함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사내 공식의결 기구인 이사회 멤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상징적, 실질적 의미가 크다.
기아차는 향후 현대차와 더욱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엔진, 플랫폼 등을 공유하는 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기아차는 2005년 정 사장 취임 이후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씨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디자인 독립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때문에 정 사장이 비록 대표이사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기아차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것도 정 사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미래의 경영권 교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다. 한편 기아차 이사회는 이날 4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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