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신영철 대법관 용퇴 촉구…사법부 이메일 파동으로 보·혁 갈등 경계

현직 판사, 신영철 대법관 용퇴 촉구…사법부 이메일 파동으로 보·혁 갈등 경계

기사승인 2009-03-08 2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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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현직 판사가 처음으로 법원 내부 전산망에 신영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대법원 등에서는 가뜩이나 '사법 불신'에 대한 판사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인 만큼 이 글이 향후 집단 항명의 촉매가 되지는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김형연 판사는 8일 '신영철 대법관님의 용퇴를 호소하며'라는 글을 통해 "대법관님이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는 한 사법부가 정치세력의 공방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눌려있어야 할 것"이라며 "뒷모습이 아름다운 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빨리 용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그는 또 "촛불재판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비대하고 강력해진 사법행정 권력이 자제력을 잃은 채 판사를 순화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소장 판사들이 법조 수뇌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법원 내 대립과 갈등도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를 보혁 대결로 보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서울동부지법 이정렬 판사와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 등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것에 주목, 이번 사태를 법원 내의 보혁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박시환 현 대법관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이 설립한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법원 내의 세대간 시각차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들은 대부분 "이 정도가 무슨 압력이냐. 단순한 행정 주문"이라며 현 사태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젊은 판사들 중 상당수는 "심각한 재판권 침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사법부 관료화와 보수화에 대한 소장판사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사법부 내에서 금기시됐던 갈등 구조가 전면으로 드러나며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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