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디플렌데 우리만 고물가?

남들은 디플렌데 우리만 고물가?

기사승인 2009-03-10 13:25:04
[쿠키 경제] 전세계가 경제침체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고물가 현상을 겪고 있다. 다른 어느나라보다 뛰어오른 환율에 답이 있다. 문제는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물가만 높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도드라질 경우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를 살리려면 추경 등 을 통해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는 자칫 상승중인 물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30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1.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OECD가 1971년 자료를 낸 이후 최저치다.물가상승률이 둔화된다는 것은 경기가 급락하면서 실업이 늘어나고 가계가 빚에 허덕이면서 소비가 급감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국인 미국의 2월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2월보다 41%나 줄었다. 미국 제조업 생산은 1년 넘게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와 생산이 줄어들면서 물가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19개 주요 원자재 종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시아르비(CRB) 지수’는 지난해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이달초까지 50% 넘게 폭락했다. 미국 증시는 13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고 미 주택가격 하락폭은 바닥을 모를 정도다. 중국의 경우 2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이 -1.6%로 6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180도 바뀐다. 지난해 말부터 주춤하던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는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고 휘발유 가격의 급등세도 심상찮은 수준이다. 물가로 국한하면 우리만 마치 딴세상에 사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보다 4.1% 올라 7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필품 가격 상승세를 보노라면 인플레 시대를 연상케 한다. 품목별로 양파가 69.3%, 귤 59.6%나 뛰었으며 비스킷 46.7%, 국수 40.3%, 고등어 39.8%, 우유 35.1%, 돼지고기 25.3% 올랐다. CJ제일제당은 9일부터 설탕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생산자 물가도 지난달 전월대비 0.6%올라 7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생산자 물가는 일정기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물가 상승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물가가 세계 여러국가와 달리 유독 상승세를 타는 것은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폭이 크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원·달러 환율은 18.7%가 올랐다. 이는 일본 엔(8.1%), 유로(9.6%), 중국(0.1%)보다 환율상승이 가팔랐음을 보여준다.
물품을 수입할때 지난해 말보다 가격이 20%가량 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원유가격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값이 ℓ당 1600원을 돌파한 것도 환율급등세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 국제원유가는 ℓ당 40달러 수준이지만 환율이 1500원을 웃돌면서, 국내에서의 체감유가 수준은 ℓ당 70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와 다른 물가행보는 경제당국에도 고민을 안겨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미국 일본 등 다른나라의 경기회복대책과 호흡을 맞춰야하는데 우리만의 고물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줄고 실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물가 급등세를 방치할 경우 내수침체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생산품 가격 담합 및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안정세를 이끌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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