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민주당의 재정신청으로 이뤄진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 재정신청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재정신청은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고등법원에 공소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이 공소권을 계속 유지해 제도의 의의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용상) 심리로 열린 정 최고위원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구형 없이 “증거를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정 최고위원이 무죄라는 취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뉴타운 허위 공약 혐의로 민주당에 의해 고발됐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기소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 지난 1월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공판이 시작됐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미 무혐의 결정했던 정 최고위원에 대해 유죄를 주장할 수도 없고, 무죄를 구형하기에는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예 구형 의견을 내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바란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 공소권을 다시 갖는다는 것 자체가 태생적 모순”이라며 “공소권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신청 제도의 기소독점권 견제 장치는 오히려 약화됐다.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는“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경우 해당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을 사람을 변호사 중 임명토록 한다”는 구 형소법 265조가 삭제됐다. 재정신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소유지 변호사를 지정하는 것은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므로 수사와 기소에 전문성을 가진 검사가 공소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이유였다. 법무부도 지난해 6월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보수법’을 폐지했다.

한 변호사는 “개정된 형소법에서는 재정신청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조금도 견제할 수 없다”며 “재정신청 제도의 의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소 유지 절차를 독립된 기관에 맡기는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