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접수가 끝난 KT 인턴 모집에도 영국 런던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미국 보스턴대, 일리노이주립대, 유타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해외파 21명이 지원서를 냈다. 국내파 중에서도 석사가 75명이나 된다.
국내 유명대학은 물론이고 해외 유학파까지 인턴 대열에 가세했다. 가뜩이나 좁던 정규직 취업의 문이 아예 닫혀질 조짐을 보이니 석사 출신이든 해외파든 일단 인턴이라도 되고 보자는 분위기다. 대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차원에서 뽑는 인턴이 구직자들에겐 유일한 희망의 문이 됐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한화 인턴 모집에는 채용 예정인원 300명의 25.3배인 7592명이 몰렸다. 이 중에는 유학파뿐 아니라 13년간 군복무한 35세 예비역 대위도 포함됐다. 같은 날 인턴 지원 접수를 마감한 포스코도 400명 모집에 4000여명이 몰려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주업체가 서류전형을 진행해 아직 구체적인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원자 중에 해외 대학 졸업자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KT 인턴은 403명 채용 예정에 2306명이 응시, 경쟁률 5.7대 1을 기록했다. KT 인턴 지원자 중엔 유학파와 석사 출신도 96명으로 많지만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그만둔 경력자가 798명이나 됐다. 이 중 경력 3년 이상도 98명에 달했다. 컴퓨터·통신 분야 경력자가 가장 많았지만 법무, 무역, 유통 등 다양한 부서 출신이 KT 인턴을 희망했다.
지난 10일부터 인턴 600명 모집을 시작한 SK그룹에는 12일 현재까지 2000명 가까이 온라인 지원서를 냈다. SK 관계자는 “막판에 지원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14일 마감) 접수인원은 4배 수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가 이번에 뽑는 인턴은 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소 협력업체에 배치된다.
LG그룹은 상반기 대졸신입 2000명 가운데 500명을 인턴 중에서 뽑기로 하고 지난 9일부터 계열사별로 모집 공고를 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도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인턴십(올해 2000명 채용) 제도를 처음 도입해 다음달 이후 계열사별로 선발한다.
재계 인사 담당 관계자는 “고학력자와 경력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앞날이 불확실한 인턴 채용에 대거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중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상당수는 다시 회사에서 푬겨나야 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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