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피해자 300만명, 피해액 650억달러’ 규모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장본인 버나드 메이도프(70)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이 12일 뉴욕 맨해튼 법정에서 증권 및 투자자문 사기, 돈세탁, 문서 위조, 위증 등 11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수감됐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아이라 소킨 변호사는 법정에서 오는 6월 선고일까지 메이도프의 수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판사는 즉각 거절했다. 그간 메이도프는 1000만달러 보석금을 내고 가택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보석이 취소된 메이도프는 청문회 직후 수갑을 찬 채 길 건너 메트로폴리탄교정센터에 수감됐다. 오전 6시 기상, 밤11시 취침에 일주일 동안 3시간 면회와 300분 전화통화, 이틀에 1회 외부 출입의 규율은 700여명의 다른 수감자들과 똑같이 적용된다. 이름도 월가 거물 메이도프에서 수감번호 ‘61727-054’로 바뀌었다.
이날 법원 청문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침 일찍부터 주요 방송사 헬리콥터와 중계차량이 법정에 출두하는 메이도프의 뒤를 쫓았고 타블로이드 신문들도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법정 앞에서는 연예웹진 TMZ, 할리우드 연예정보프로 ‘엑스트라’가 영국 BBC방송, AP통신과 나란히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는 1990년대 엔론 스캔들처럼 메이도프가 ‘미국이 가장 증오하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미국민들 사이에서 월가 탐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이도프의 아내 루스는 자신의 명의로 된 6500만달러 재산이 합법적으로 취득됐다고 주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검찰이 찾아낸 돈은 피해액 650억달러 중 10억달러에 불과하다.
비지니스위크는 “사람들이 ‘메이도프의 범죄행위에 합당한 처벌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라고 묻고 있다”며 분노한 시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11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메이도프는 15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20년 안팎이 선고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측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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