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오바마주의(Obamaism)’는 철학의 합성물?
화가 난 보수진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부르고, 실망한 진보주의자들은 그를 ‘타협주의자’라고 비난한다. 그의 보좌진은 그를 ‘실용주의자’라고 칭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를 규정짓길 꺼리지만, 지난주에는 자신을 ‘새 민주당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8주 동안 이념과 관계없이 때로는 모든 이를 만족시키기도, 실망시키기도 했다”며 “이제 모습이 갖춰져 가는 ‘오바마주의’는 철학의 합성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는 침체된 경제를 일으키고 부를 재분배하는 데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 안보나 일부 문화적 문제들에서는 중도적 시각을 보여준다. 건강보험 개혁을 지지하고 기후변화 문제에 엄격하며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려는 노력은 진보진영 입맛에 맞는다. 반면 교사들의 급여를 성과에 연동시키거나 아프가니스탄에 1만7000여명을 증파하는 것은 오히려 공화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NYT와 CBS가 대통령 취임 직전 실시한 조사에선 오바마에 대해 응답자의 40%가 진보적, 34%가 중도적, 13%가 보수적이라고 답했다. 오바마 보좌진은 지금도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것을 두고 ‘미국인들은 그의 입장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수석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실행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실용주의자이지 어떤 하나의 원칙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사안별로 실용적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것은 그의 정치경력과 관련이 깊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오랜 활동을 한 뒤 이미지가 구축된 상태에서 백악관에 입성한 전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의 경우 거의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NYT는 임기 초반 그의 헷갈리는 통치철학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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