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 마산시 교방동에 분양된 ‘무학산 벽산블루밍’ 아파트 1·2단지(108∼162㎡ 78가구)는 정식 청약기간 청약률이 0%였다.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취득·등록세 50% 감면 등 혜택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 계약해지 물량을 재분양한 것이지만 지방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방 분양시장에 청약률 0%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매 제한기간 완화, 양도세 감면 등으로 수도권 분양단지가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딴 판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된 7개 사업장 중 지방 5개 사업장은 모두 청약률 0%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무학산 벽산블루밍을 비롯해 올해 부산에서 처음 분양된 괴정동 ‘엔스타’(73∼109㎡ 234가구), 대전 사정동 ‘건양 샛뜸마을’(98∼99㎡ 34가구), 전북 고창군 ‘선운프라자(109㎡ 135가구), 경북 상주시 ‘낙양 지엘리더스파크’(113㎡ 36가구) 등이다. 금융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위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외면당한 셈이다.
이달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행정도시 수혜지로 꼽히는 충남 연기군의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물량 ‘성호 늘푸른’(61∼81㎡ 144가구)에는 지난주 청약기간 중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도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주 부산 부곡동 ‘롯데캐슬 디아망’(93∼160㎡ 207가구)에는 1순위에서 단 한 명만 신청했다. 3순위까지 91가구가 미달됐다.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대앞역 인근 단지로, 국내 최초 장난감 도서관 설치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롯데건설측은 “입지 등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달 초 서울 효창동 ‘효창파크 푸르지오’는 1순위에서 최고 19.62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또한 지난달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분양된 주공 10년 공공임대 역시 평균 경쟁률 2.8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넘치고 있는 데다 시세차익이 없는 상태에서 양도세 면제 등 규제완화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16만5599가구 중 지방은 13만8671가구에 달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자산 증식을 바라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인데 지방은 그런 기대감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추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없는 한 지방 시장 한파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2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는 2만8741건로, 전월(1만8074건)보다 1만667건, 59% 증가했다. 지난해 7월(3만8804건)이후 거래가 가장 많지만 지난해 2월(3만6833건)과 비교할 때 여전히 부진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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