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레스테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를 강력하게 전파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인하대 민기식(47·생명공학과) 교수팀은 17일 국내 말라리아 전파모기 연구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레스테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를 강력하게 전파하는 것으로 판명나 말라리아 전파모기 퇴치를 위한 방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민 교수팀이 ‘The susceptibility of Anopheles lesteri to infection with Korean strain of Plasmodium vivax(한국형 삼일열말라리아 전파모기 확인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종이 아닌 ‘레스테얼룩날개모기’에 의해서 말라리아가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민 교수팀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 12일 말라리아 연구 분야의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BMC(BioMed Central) Malaria Journal(IF 2.47) 온라인판(http://www.malariajournal.com)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말라리아는 ‘중국얼룩날개모기’와 ‘잿빛얼룩날개모기’라는 두 종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말라리아 방제사업도 이 종들을 퇴치하는데 주력해 왔다.
말라리아 환자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전파모기를 퇴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연구에 따라 방제 정책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주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토착 전염병이었던 말라리아는 사흘을 주기로 고열이 발생하기에 흔히 삼일열말라리아라고도 하는데 지방에 따라 하루거리, 학질, 학증, 복학, 초점, 제것, 자리배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 왔다.
말라리아는 환경 개선과 적극적인 모기 방제로 1980년대 이후 한반도에서 말라리아가 근절된 것으로 생각됐으나1993년 이후 환자가 다시 발생하면서 해마다 급속히 증가해 2000년에는 4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민 교수팀은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말라리아는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퇴치에 힘을 기울여야 할 중요 법정 전염병이라고 밝혔다.
모기는 날카로운 가는 침을 이용해 피부에 구멍을 뚫어 주둥이로 피를 빨아들이게 되는데, 피부에 구멍을 뚫은 즉시 피가 응고되지 않게 하는 혈액용해제와 사람이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마취제를 포함하는 침샘액을 사람 몸에 주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모기의 침샘에 있는 열원충의 종충(sporozoite)이 사람 몸에 함께 들어가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 환자의 피를 빨아 먹은 후 10일에서 14일 정도 경과하면 전파력이 강한 모기의 침샘에서는 다량의 종충이 확인되지만 전파력이 없는 모기의 경우에는 종충이 확인되지 않거나 100개체 이하의 소량의 종충이 확인된다.
민 교수팀은 말라리아가 감염된 혈액을 실험실에서 사육하고 있는 모기에게 직접 흡혈시킨 후 모기의 침샘에서 인간에게 말라리아를 감염시킬 수 있는 종충 단계의 삼일열말라리아 열원충을 현미경에서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모기의 말라리아 전파능력을 확인했다.
모기가 말라리아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000개 이상의 종충이 사람에게 유입되어야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사 결과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전파모기로 알려져 왔던 중국얼룩날개모기 19개체 중 17개체에서는 종충이 아예 확인되지 않았고 2마리에서는 각각 10개체와 34개체의 종충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국얼룩날개모기의 경우에는 전파력이 아예 없거나 전파능력이 매우 낮은 모기로 판단됐으며, 또 다른 전파모기로 알려져 왔던 잿빛얼룩날개모기에서는 종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레스테얼룩날개모기의 경우에는 하나의 침샘에서만(모기는 2개의 침샘을 갖고 있음) 4000개 이상의 열원충 종충이 발견되어 강력한 전파모기임이 밝혀졌다.
실제로 이 내용은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전파능력이 거의 없다는 중국과 태국의 연구사례, 레스테얼룩날개모기가 중국에서 강력한 전파모기이고 북한에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주요 모기라는 WHO 2005년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얼룩날개모기류는 쉽게 기를 수 있는 집모기와는 달리 실험실에서 사육을 위해 인위교배라는 특수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한편 모기의 수명이 최적 조건에서도 20일을 넘길 수 없고 통상적으로 14일을 넘지 못하는데 이번 연구를 위해서는 17일 이상 건강한 모기를 유지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민 교수팀의 전파모기 확인 연구는 네팔 출신의 대학원생 조시디팍(Joshi Deepakㆍ29·남·생명과학과 박사8차)과 한국인 대학원생 박미현(29·여·생명과학과 박사3차) 씨가 3년여에 걸친 노력으로 최적의 얼룩날개모기 사육 기술을 확보했기에 최대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
또 채혈 후 5시간 이내에 모기에게 인위흡혈을 시켜야 하므로 신선한 감염 혈액의 공급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질병관리본부, 강화보건소, 김포보건소, 파주보건소의 적극적인 협조로 최적 실험 조건을 갖춘 것도 성공에 한 몫을 차지했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서식하는 전파 가능 얼룩날개모기류 중 3종에 대해서만 연구가 진행됐으므로 본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2종의 모기에 대해서 추가로 연구해야만 국내 말라리아 전파모기의 최종목록이 나온다”며 “이들 미확인 종에 대한 연구를 조만간 실시하고 아울러 전파능력이 확인된 종에 대한 집단분석 유전자마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 확인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전파모기의 이동 경로, 집단의 규모, 확산 속도 등의 파악도 뒷받침되어야만 효과적으로 이들 모기를 퇴치하고 말라리아의 토착화를 막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집단분석 유전자마커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1993년 이후 말라리아의 재유입이 북한에서 넘어 온 모기에 의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과학적인 확인 작업이 이루어진 적은 없어 이 유전자마커가 북한 유입설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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