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7일 오후 4시쯤 아랍에미리트항공 편으로 예멘 테러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12명의 관광객은 악몽이 잊혀지지 않은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예멘 참사 생존자 중 가장 먼저 환자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채 검정색 외투를 걸치고 나온 박정선(40·여)씨는 10m가량을 걷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실신해버렸다. 사고 순간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듯했다. 항공사 측은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박씨를 부축해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바람에 박씨는 휠체어도 타지 못한 채 미리 대기하고 있는 119 구급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됐다.
박씨에 이어 휠체어를 타고 나온 홍선희(54·여)씨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손사래를 치며 기자들을 따돌렸다. 그녀의 왼쪽 눈가에는 동전 크기만한 상처가 남아 있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홍씨 역시 항공기 옆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를 타고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카메라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출국장으로 급하게 발길을 옮겼다.
아랍에미리트항공 승객들은 AP통신 등 국내외 언론들의 카메라가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랍권 승객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예멘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여성들은 목 티셔츠를 끌어올려 얼굴을 가리거나 가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를 피했다. 일부 승객들은 "예멘에서 왔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바이요"라고 말하며 무관심한 듯 지나치기도 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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