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떼라” 판결로 유아 숨져… 존엄사 도마위

“인공호흡기 떼라” 판결로 유아 숨져… 존엄사 도마위

기사승인 2009-03-22 17:58:01
[쿠키 지구촌] 9개월 된 유아의 존엄사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옳았을까. 영국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라”는 판결로 유아가 숨지면서 존엄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2일 영국 일간 탤레그래프에 따르면 ‘OT’로 알려진 9개월 된 남아는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겨 뇌가 손상되면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병원이 치료를 중단하려 하자 부모는 연명치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아기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인공호흡기를 떼도록 판결했고, 항소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부모는 잇따른 소송에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처치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환자 본인이 갖고 있다”며 “생명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지돼야 하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는 “우리의 하나뿐인 아기는 안아주면 좋아하는 반응을 보인다”며 “아들이 절망적인 상태이지만 인공호흡기를 뗄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병원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사들은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유아가 치료과정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회복될 가망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소 법원도 지난 19일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매우 소중하지만 그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지속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그는 생존권을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생명이 연명될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는 더 이상 상급심에 호소할 길이 없었고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판결 이틀 뒤인 21일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의 스위치를 껐고 유아는 곧바로 숨졌다. 이 사건은 영국인들에게 2005년에 있었던 유사한 법정 다툼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법원은 환자였던 아기의 생존율이 5%밖에 안됐지만 부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아이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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