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만 마운드에 꽂으면 진다’ 한국의 WBC 징크스?

‘태극기만 마운드에 꽂으면 진다’ 한국의 WBC 징크스?

기사승인 2009-03-24 15:02:05
[쿠키 스포츠] ‘태극기 징크스에 걸리나.’

한국이 24일 일본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아쉽게 석패하자 ‘태극기 꽂기 퍼포먼스’에 대한 악연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태극기를 경기장 마운드에 꽂고 난 뒤 매번 일본팀에게 졌기 때문이다.

태극기 퍼포먼스는 3년전인 2006년 3월15일 제 1회 WBC 본선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2-1로 제압한 뒤 미국 애너하임 구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숙적 일본을 두번이나 꺾은 기쁨을 태극기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국민들에게는 태극기가 일본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휘날리자 통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되레 일본의 전의를 불태우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3번째 맞대결인 4강전에서 6-0 완패를 당했다.

3년이 흐른 뒤 제 2회 WBC 4강결정전이 열린 18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이날 한국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다시 꽂았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태극기 퍼포먼스가 재연되자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투수 마쓰자카는 “또 다시 (3년전과) 같은 일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가타오카 역시 “화가 난다”며 태극기 퍼포먼스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본 2루수 이와무라는 “솔직히 좋은 기분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서 한국이 이런 퍼포먼스를 해준 덕택에 우승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한국과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은 결국 결승전에서 한국을 연장접전 끝에 5-3으로 제압했고 태극기 퍼포먼스는 이와무라의 말대로 일본팀의 단결력을 높이는 장치가 된 셈이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일본의 호시노 감독의 한국 폄하 발언이 우리팀을 자극, 금메달 획득을 이끈 계기가 된 것처럼 우리의 태극기 퍼포먼스가 되레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정서상 태극기 퍼포먼스는 선수들로 하여금 극도의 반감을 갖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히로시마평화연구소 김미경 부교수는 이날 모 언론에 실은 기고문에서 “일본에선 야구 선수들이 마운드 청소로 연습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그들은 마운드에 쪼그리고 앉아 먼지를 털어내며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키운다”고 밝혔다. “또 패전이후 국가와 국기 게양을 둘러싸고 지금도 법적 소송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팀의 국기 세러모니는 이들의 평정심을 극도로 뒤흔든 행동이지 않았을까”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김 부교수는 “구심력이 부족하던 일본 선수들을 (퍼포먼스에 의해)혐오라는 감정으로 똘똘 뭉치게 한 건 실수가 아니었나”라며 태극기 퍼포먼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야구 전문가는 “실력 외에 정신력이 승부의 큰 추로 작용하는 한일전 특성상 상대에 대한 도발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선수들은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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