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춘천호와 소양호 등 내수면 어민들에 따르면 춘천과 양구, 인제 등 지자체들은 1973년 이후 매년 1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붕어 뱀장어 메기 쏘가리 등 토종 어류의 치어를 소양호와 의암호, 춘천호에 방류하고 있다. 내수면 개발시험장은 올해 토종어종 치어 89만여 마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어족 자원을 보전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치어방류 정책이 사실상 외래어종에 먹이 대주는 꼴”이라며 “특히 토종 어류의 마구잡이 포식자로 알려진 배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배스가 침범하지 않은 생태계 청정지역 소양호에도 지난해 말부터 배스가 잡히기 시작해 어민들을 당혹게 하고 있다.
지수원 소양호 어촌계장은 “소양호에 3∼4달 전부터 배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배스의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을 생각할 때 소양호 장악도 시간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 토종어종의 씨를 말릴 경우 어민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배스를 몰래 방류한 낚시꾼과 낚시터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태현 도 내수면어업인연합회장도 “도내 내수면의 생태계 먹이사슬이 이미 붕괴된 상태”라며 “지자체에서 방류하는 붕어와 뱀장어, 메기 등 치어의 생존율도 아주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외래 어종이 확산되면서 일부 내수면 어민들이 배스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6년 전부터 ‘배스의 세상’으로 변한 춘천호의 경우도 어민들의 퇴치 노력으로 한때 감소세였다가 최근에 개체수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재석 강원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방류된 토종어종 치어가 배스의 먹이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치어 방류 때 배스 서식지를 피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고단백 어종 확보를 위해 수입 방류된 배스는 토종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면서 수중 생태계를 교란해 현재 환경파괴 어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부영양화 원인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포식자인 동물성 플랑크톤까지 먹기 때문에 수질오염의 주범으로도 꼽히고 있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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