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내년부터 주민 직선으로 치러질 시·도교육위원 선거에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정당 추천은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이지만 일각에선 교육감 선거와 다름없이 유권자의 무관심과 정당 정치의 영향으로 '묻지 마 투표' 현상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위원 선출 방법에 관한 세부 규정을 넣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교육위원 선거는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회의원 선거와 함께 첫 직선으로 치러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위원 선거가 교육감 선거처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면서 선거 단위는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자치구를 3∼4개씩 묶은 7개 선거구에서 2∼3명씩 모두 15명을 뽑던 방식에서 8개 선거구에서 각 1명씩 모두 8명을 뽑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전국의 교육위원 수는 기존 139명에서 77명으로 줄어든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정당이 교육의원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는 철저히 제한된다. 정당은 교육위원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선거운동을 도울 수 없다. 후보자는 유세 시 당원 경력을 표시할 수 없으며 당선된 뒤라도 정당에 가입하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후보자 기호는 일반선거와 구분하기 위해 추첨으로 정한 뒤 가·나·다 등으로 표기토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등에서 정치 공방과 후보 간 난타전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은 교육계는 이러한 선거 방식에 회의적이다. 더욱이 당선자의 대표성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수백억원이 들어간 선거는 정작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서울 부산 충남 전북의 투표율이 10%대에 그쳤고,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제주 충북 경남 울산에선 모두 대통령의 기호(2번)와 같은 순번(나)의 후보가 당선돼 '묻지 마 투표' 논란까지 일었다.
이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교육 자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직선제와 간선제 중 어느 한 쪽을 고집하기보단 무엇이 더 바람직한 방안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계 내·외부에서 근본적 논의가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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