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3일 “알-샤흐리스타니 이라크 석유부 장관이 최근 하태윤 주이라크 대사에게 ‘한국-쿠르드 계약은 불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쿠르드 유전개발에 참여 중인 석유공사와 SK에너지를 국제입찰에서 배제할 것”이라며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을 취소하면 차후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나아지리아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해상유전 개발권을 무효화한 데 이은 것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이런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 2007년 말 쿠르드와 탐사광구 계약 등 유전개발에 나서자 당시 이라크는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불법”이라며 지난해 초 SK에너지에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 유전개발 1차 입찰자격심사(PQ)에 두 회사를 배제했다.
이후 외교적 노력으로 분위기가 다소 개선됐다. SK에너지가 더 이상 쿠르드 유전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올 초 원유 수입이 재개됐고 2차 PQ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방한, 이명박 대통령과 남부 바스라 지역 유전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연계하는 35억5000만달러 규모 사업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이라크 남부 유전개발 2차 PQ 결과 SK에너지는 탈락했고, 석유공사는 참여 조차 하지 못했다. 2차 PQ에는 38개 기업 및 컨소시엄이 신청했고 이중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 등 9곳이 통과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가 하루 20만 배럴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업체만 참여한다는 기준을 세워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석유공사는 올 초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기존 쿠르드 8개 탐사광구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국 정상간 MOU 체결에도 이라크 중앙정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쿠르드 자치정부 문제와 관련돼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치 정부와 맺은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연립정부로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소수파인 쿠르드족 출신이고 말리키 총리 등 내각은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주요 유전개발 기업인 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 이라크 남부 유전개발 자격을 얻기 힘들어질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이라크와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경부 관계자는 “샤르스타니 장관의 발언은 이미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며 “발언에 관계 없이 현재 방위산업, SOC, 발전소 등 분야별 사업추진을 위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실무조사단도 예정대로 4일 이라크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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