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어려운 시절을 겪어봤으니까 서로 돕게 되는 거지요.”
서울 강서구청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김모(51)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봉급 1%가량을 ‘경제살리기 동참 성금’으로 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 소속된 3272명의 환경미화원들이 김씨처럼 성금을 보탰다. 이렇게 모인 4095만원은 3일 서울시복지재단에 전달됐다.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의 선행은 더 주목을 받는다. 김씨는 ‘당신도 살기 팍팍할텐데 이웃을 돕는 까닭이 뭐냐’는 물음에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답변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손수레 끌고 청소를 다녔는데 지금은 기계차가 알아서 해준다. 세월이 좋다”며 “그때는 봉급도 12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비교도 못하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형편이 조금 나아졌으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올 들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환경미화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경제살리기 성금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의 기부 행렬은 1982년부터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청소 기계화로 처우가 개선된 1990년 중반부터는 연금을 내는 횟수가 연중 두 차례로 늘었다. 8월 수재의연금과 12월 불우이웃돕기 기금이다. 그렇게 거의 매년 빼놓지 않고 내놓은 성금이 2007년까지 3억8600여만원에 달한다.
서울시환경미화원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마련하는 성금 외에도 각 자치구 환경미화원들이 별도로 지역 소외계층을 돕기도 한다. 강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19명은 3년 전부터 손수 김장을 담가 구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은평구청 환경미화원들은 목욕봉사단을 꾸려 정기적으로 장애인과 노약자를 씻겨준다.
서울시환경미화원노조 주진위 위원장은 “중앙 차원에서 매년 두 차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지만, 이번 경제위기로 주변에 힘든 사람들이 많아져 또 모금 운동을 하게 됐다”며 “이번에 모인 4000여만원은 시가 운영 중인 ‘희망플러스통장’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희망플러스통장은 저소득층이 매월 5만∼20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시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통장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이날 성금 외에도 헌옷 1만3000여벌을 모아 구세군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노숙인쉼터에 기부했다. 주 위원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이웃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3272명 환경미화원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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