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같은 시간, 하나된 유럽을 상징하는 유럽 다리 주변에는 3만여명의 시위대가 몰리며 건물 3동이 불타고 몇시간 동안 무정부 상태를 빚기도 했다. 3∼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독일 켈에서 열린 나토 60주년 정상회담은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단절됐던 러시아와의 대화 재개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지만 반전주의자들의 격렬한 시위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아프간 추가 파병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신(新)아프가니스탄 전략’을 지지하고 최대 5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5일 보도했다. 추가 파견되는 병력은 올 8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안유지 지원을 위한 한시적·단기파견 병력 3000명과 아프가니스탄 군경 훈련교관 1400∼2000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유럽 회원국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전투병 파견에는 끝까지 반대했다.
아울러 나토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상들은 4일 채택한 ‘스트라스부르-켈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핵비확산조약(NPT)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명시했다.
차기 사무총장 지명
올 8월부터 4년간 나토를 이끌 차기 사무총장에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지명됐지만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나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위원회(NAC)가 사무총장을 표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의결하는데, 그동안 터키가 라스무센 총리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해 왔기 때문.
터키는 덴마크에서 친 쿠르드계 급진 TV방송이 허용된 점,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를 테러범으로 묘사한 신문만평이 나온 점 등을 들어 라스무센 총리를 반대해 왔다. 실제로 첫날 회의에서 차기 사무총장 지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자 오마바 대통령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바마는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과 라스무센 총리를 따로 만나 중재에 나서 타협을 이끌어냈다. 유일한 무슬림국가로 ‘왕따’ 신세였던 터키는 사무총장 인선 카드를 활용, 나토 2개 주요 보직(사무차장, 나토군 지위관)을 챙기는 등 나토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시위로 얼룩진 정상회담
스트라스부르 회담장 주변에서는 성난 수만명의 반전시위대가 집결해 “나토는 전쟁을 의미한다” “환갑을 맞았으면 이제 해체해도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으며 일부 과격파들은 초소와 호텔 등에 불을 질렀다. 일부는 도심 가게와 주유소 약국 등을 습격해 물건을 털어가는 등 폭동양상도 나타났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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