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따라 노 전 대통령 부부와 돈을 전달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다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는 뇌물수수죄, 정 전 비서관에게는 증여물전달죄 등 세사람 모두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돈을 받은 사람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받은 돈에 대해 “채무 변제를 위한 돈”이라며 대가성 있는 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경우 직무 범위를 폭넓게 보고 뇌물죄의 대가성 역시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노 대통령이 이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수뢰액이 1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범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돼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권 여사와 정 전 비서관에게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처럼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도 이 죄목을 적용받았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쪽에 줬다는 돈의 성격도 고려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빌렸는지,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지불해왔는지 등도 이들의 혐의를 가르는 중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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